부모님이 치과진료를 미루는 4가지 이유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부모님이 치과진료를 미루는 4가지 이유...
( 출처 : "> god 어머님께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
GOD " 어머님께"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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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세강철구치과보철과 강철구박사 입니다.
치과진료는 두려운 진료이다 보니
환자분들이 치료를 미루다 일을 키우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안타까운 사실은
부모님들이 진료비 때문에 불편을 참으시다
너무 늦게 오시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어제 오전 단정한 차림의 20대 따님이
허름한 차림의 50대 어머님을 모시고 오셨습니다.
경험상 젊은 따님이 부모님을 모시고 오시면
대개 싫다는 부모님을 재촉해서 모시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X-ray를 찍고 검진을 해보니
부모님은 젊어서부터 치아가 안 좋으셨는데
평생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셨고
어금니가 없는 상태로 여태껏 참고 지내셨고
이제는 체념하고 불편에 적응하신 상태이셨습니다..
진료를 미루게 되는 일반적인 이유 4가지
첫째는, 통증에 두려움이 많은 분들이 통증이 두려워서 미루시는 경우이고
둘째는, 형편이 어려워 진료비가 부담되어 미루시는 경우이고
셋째는, 통증에 둔감한 분들이 병이 깊은데도 통증이 없어 진료의 필요를 못 느껴 늦게 오십니다.
마지막 네번째는, 참을 성이 많아 적응을 잘하시는 분들은 상당한 통증과 불편마저 적응하여
참을 만 하다고 느끼시며 진료를 차일피일 미루시게 됩니다.
보통은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치료받기는 겁나고
진료비도 걱정되고 참을 만 하여
네가지 이유가 복합되어 진료를 미루시게 됩니다.
이렇게 혼재된 원인 중에 주된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적극적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대처 방안도 다르기 때문에
의사에게는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제도 저는 환자분께 이렇게 안 좋으신데
어쩌다 이렇게 오래 참으셨는지 묻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은 힘든 일을 하셔서 시간이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본인은 참을 만 하니
아픈 것만 치료하고 다른 곳은 나중에 치료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마스크를 끼고 계셔서 얼른 눈치채지 못했는데..
옆에 듣고 계시던 따님이
마스크 너머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아마도 어머님께서 여태껏 숨기셨기 때문에
따님은 어머님 상태가 이렇게 까지 나쁘다는 것과
젊어서부터 아주 오랫동안 참아오셨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아셨던 것 같습니다.
따님의 마음을 생각하지 못하고
꼬치꼬치 물어본 저의 불찰이었습니다.
따님의 눈물을 보고 당황하여
상담실로 따로 모셔서
지난 일 보다는 앞으로가 중요하니
협조만 잘 해주시면 최선을 다해 치료해서
앞으로는 어머니 식사 편하게 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의사와 환자가 같이 진심으로 노력하면
결과는 언제나 만족할 만 했습니다.
그런 경험을 믿고 따님께 걱정 마시라고 위로해 드렸습니다.
저도 저의 어머니께서 어금니가 없으시다는 사실을 대학가서 알았기 때문에
내내 눈물 흘리시던 따님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가시는 길에 어머님은 희망에 들떠 있으셨고
따님의 뒷모습은 여전히 슬퍼 보이셨습니다.
따님의 슬픔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어머님을 꼭 회복시켜 드려야겠다는 다짐했습니다.
교정과 환자분들은 오랜 교정기간 동안
충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십니다.
오후에 한 여고생이 교정 중 충치 검사를 받으러 왔습니다.
교정 환자들은 대개 철들기 전의 중고등학생들이라서
고액의 교정 진료비를 내주신 부모님의 어려움은 모른채
자신의 몸 관리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학생도 양치관리가 잘 안되는 편이었고
충치가 발견되어 주의를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 교정비에 충치 치료비까지 내시려면 부모님이 곤란하실 거야,
그러니까 양치를 아주 열심히 해야 해~ "
역시 학생의 표정이 무관심하고 시큰둥 합니다.
학생 검진을 마치고
곧바로 옆자리에 계신 중년 남자분을 검진하게 되었는데
검사를 해보니 이분도 대부분의 어금니가 없이 앞 이로만 버티신지
족히 10년은 넘어 보이시는 분이셨습니다.
이렇게 되시기 까지 어떻게 참으셨는지 여쭤보는데
남자분의 표정이 유달리 차분하십니다.
" 상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 는 표정이셨습니다.
복잡한 치료계획을 설명 드린 후 일어서는 차에
직원이 진료 전에 얼핏 해주었던 말을 못알아들어서
다시 확인해 보았습니다.
" 아까 이 환자분이 누구의 아버지라고 하셨죠? "
" 방금 전 검진한 여학생의 아버지세요. "
순간 여고생의 무관심한 표정과
많은 고통을 짊어지신 아버님의 표정이 겹쳐 지면서
오전에 뵌 모녀의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는 여고생이지만
나중에 커서
자신을 교정시키기 위해
아버지가 고통을 참아야만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남몰래 눈물 지을 지 모릅니다.
예전에 좋아했던 노래의 "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 라는 노래가사가 생각났습니다.
저도 자식들을 키워보니
부모는 본인이 필요한 것 보다
자식이 필요한 것이 우선일 수 밖에 없고,
더욱이 넉넉치 않은 상황이라면
본인의 가장 필요한 부분을 참고서라도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린 자식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자라지만
나중에 철이 들어서는
그런 부모님이 안쓰럽고 원망스럽습니다.
예전에는 어려운 치료를 앞두게 되면
치료 방법을 궁리하기에 바빴었지만
나이든 지금은 환자분들의 감정도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감정의 교류가 있게 되면
진료에 더 정성이 가기 마련입니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어금니의 대부분을 상실하게 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장애의 상태가 됩니다.
그럼에도 문제를 참고 방치하는 이유에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가 많고
그럴수록 바삐 일하느라 치료할 시간도 없어서
이 상황을 벗어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고통과 불편을 긴 세월 동안 참는 것이
사람의 인내심으로 가능하듯이
사람의 능력은 생각보다 대단해서
환자와 의사가 함께 인내하며
시간과 공을 들이면
극복하지 못할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곤란함에 처한 분들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희망을 드릴 수 있고
슬퍼하는 자녀분들께 위로를 드릴 수 있어서
치과의사는 행복한 직업입니다.
저도 늘 아이들 생각만 하다가
어제는 오랜만에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언제나 자식들 곁에 있었는데
자식들은 이렇게
가끔씩만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